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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정철_갈등 전야 평화관리와 권력자들의 셈법
등록일 2017-09-29
 
북한 문제로 한반도가 연일 뜨거운 공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때 북미가 말대 말, 행동 대 행동이라는 패턴에 따라 움직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 패턴을 현재 상황에 적용해 북미가 말대말의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들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말 공방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
 
북한에게 제재는 생존의 문제이다. 지금의 제재는 전후 70년 이래 최고 수준의 국제 제재다. 제재 없이 산 적이 없고 자립과 자강력 제일주의로 무장해 제재를 이길 수 있다는 북한이라도 이런 수준의 제재를 버텨내기는 쉽지 않다. 국가와 주민을 구분하지 않기로 작정한 이번 대북 제재의 영향력은 무차별적이고 전략적이다. 경제 개혁의 초기 성과를 맛 본 북한 주민들이 경제 후퇴와 퇴행을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제재의 효과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현 대북 제재가 본격적인 효과를 나타내기까지는 6개월 정도의 잔여 시간이 있는 듯하다.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채 이 기간이 지나더라도 이번 제재가 과거처럼 흐지부지되기는 어렵다. 더군다나 그 때가서는 북한이 제재를 이유로 도발을 감행할 계기를 찾기도 어려워진다. 북한이 시간을 두고 차분히 대응할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이 없는 이유이다. 이것은 필자가 북한의 이번 대응을 말대 말로 보지 않는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는 현재 상황 자체가 이미 실행 단계에서의 간접 격돌이자 에스컬레이션 과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이은 로켓 발사나 핵실험은 북한에 대한 무시 전략에 대한 맞대응이다. 무시라는 부작위(inaction)는 정보 분석의 왜곡과 북한 정권의 악마화(evil making)라는 작위(action)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부작위라는 행동에 대한 시인이자 전투에서의 패배라고 생각하는 북한이 긴장 고조라는 방식의 대응 수단에 의지하는 것은 단세포적이긴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지도 않다.
 
위기 고조의 다음 단계는 저강도 충돌?
 
북한의 대응은 아무래도 한미일을 동시에 도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대한 괌 포위사격이나 화성 14호(ICBM) 실험, 일본 영공을 넘어서는 화성 12호 발사와 실전배치 그리고 남북 간 휴전선에서의 저강도 무력 충돌의 3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에 대한 도발은 현재 한발 빠져 있지만, 뒤에서는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론을 역설하고 있는 일본을 분쟁 상황에 연루시키는 방법이다. 동시에 분쟁에 연루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일본 여론을 자극해 미국과 일본이 협상국면으로 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한반도 긴장에 항상 한발을 빼고 그러면서도 항상 강경론을 주도해 온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의 위기의식 앞에 과거와 같이 강경론을 견지하고 있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북한식 논법이다. 
동시에 남북 간 분쟁 전략은 평창 올림픽이라는 대사를 준비하는 한국이 별도의 확전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한국 정부와의 치킨 게임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한국 정부가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평창 올림픽이라는 상황은 한국 정부를 절대적으로 제약하는 환경 요인이다.
한편 북한은 결국 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한 어떤 공존도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확신을 강조하고 있다. 몇 가지 물리적 능력을 과시한 북한으로서는 이번 긴장 상황을 최고조로 밀고가 마지막 단계로 가보겠다는 결심을 굳힌 듯하다. 그 마지막 단계가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대국으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있는 미국이 벼랑 끝 전술에 휘둘릴 리는 없다는 점에서 상황은 어려워져만 가고 있다. 
필자가 한미일을 상대로 한 북한의 3중 동시 도발 운운은 한미일이 전략 자산을 동시에 전개할 때 비로소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북한식 셈법에 근거하고 있다. 벼랑 끝이라는 매우 위험한 도박이 중국을 북중동맹에 묶어두게(tethering) 돕는다면 북한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한미일이 군사동맹으로 움직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드가 중국을 자극하는 것과 본질을 같이하는 논리이다. 북한이 자신을 옭죄는 제재에 대응하는 진정한 벼랑 끝 전술은 이같은 방식이다.
 
양각이 아니라 음각의 지혜를 발휘할 때
 
권력자들의 셈법은 항상 복잡하다. 국내 정치를 볼모로 잡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건 정치논리이자 이익의 실현 방법이니 그렇다 치자. 그러나 실존의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특히 실존에서 자유로운 집단이 있다면 그들이 계산하는 셈법은 물리쳐나가야 한다. 주고받기가 어려우면 배제의 방식이 답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합의점을 찾아 써 나가는 양각이 어려우면 서로가 배제하는 것 그것을 지워나가는 음각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음각으로 먼저 파야할 첫 대상은 한반도 전쟁에서 실존이 자유로운 세력들의 논법이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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