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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영철_시민사회, 남북관계의 주체가 되어야
등록일 2019-09-27


역사를 돌아보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작금의 남북관계를 두고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역사는 다름 아닌 불과 10년을 건너 뛴 그 이전의 10년이다. 이 당시를 돌아보는 것은 시민사회가 두고두고 반추해야 할 우리의 역할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을 건너 뛴 그 이전의 10년을 돌아보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의 시민사회가 보여주고 있는 소극성과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현장에서 땀 흘리며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고, 이들의 말없는 노력을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작금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에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마치 커다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듯하다. 지난 해 우리는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의 숨 가쁜 반전의 시기를 보냈다. 마치 금방이라도 남북 사이에 물꼬가 트여 개성, 금강산이 열리고 남북 간에 여러 가지의 교류가 진행될 듯 한 분위기에 빠졌다.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에 바빴고, 시민사회는 인도적 지원의 재개에 대한 희망과 평양으로, 묘향산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마치 하나의 단단한 구조와 같은 국제적인 대북제재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고, 올 2월의 ‘하노이 교착’ 이후에는 북미간의 관계 진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남북관계는 북한의 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로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이들이 문제의 핵심으로 북미관계의 교착을 들고 있다. 결국 북미관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되면, 남북관계 역시 어려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엄혹한 국제질서의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그 이전의 10년을 반추해보아야 한다. 사실상 남북관계에서 거의 아무런 자율성을 갖지 못했던 상황에서 2000년 정상회담은 비록 미국의 제한성을 근본적으로 극복하지는 못했더라도 우리의 자율성을 일정 정도 발휘하였고, 오히려 미국을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질서 변화의 구조 속에서 끌어들였다. 그 당시 정권의 힘이 지금보다 더 컸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아니면 그 당시의 미국이 지금보다 더 너그러워서 가능했을까? 결코 아니었다. 그 결정적인 힘은 남북관계를 우리의 희망과 의지를 앞세워 바꿔야 한다는 소명의식과 더 중요하게는 그것을 뒷받침했던 시민사회의 단단한 연대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90년대 북의 식량난을 계기로 시민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온 동포돕기 운동은 강력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집결시켰고, 인도적 지원,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시민사회의 의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바로 이러한 힘이 뒷받침되었기에 2000년대의 남북관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그 당시와 비교하여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질서가 변했으며, 북도 그 때의 북이 아니다. 그러나 현상은 변했지만 본질은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남북의 교류와 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 노력,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남북이 함께 주체적인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은 그대로인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평양으로, 묘향산으로, 백두산으로!를 외치기 전에 지금의 우리에게 드리워진 판을 바꾸고, 남북관계가 전 사회의 연대에 기초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지금의 남북관계에서 시민사회는 이중의 종속적 처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정부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와 북미관계에 향방에 종속되어 있다면, 시민사회는 그러한 정부의 남북관계의 주도성 속에 갇혀있다고 할 수 있다. 이래서는 위로부터 주어진 기회의 창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시점에서 지난 그 이전의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시민사회가 남북관계를 튼튼하게 뒷받침하고, 시민사회의 의제가 중요한 정치적 의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반성하고 찾아나가기 위함이다. 시민사회의 유일한 힘은 결국 국민적인 지지에 있다. 지난해부터 마련된 기회의 창 속에서 시민사회는 국민적인 지지를 모으기보다는 희망과 낙관적 전망으로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시민사회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당면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과 같은 남북이 함께 원하는 사업, 그리고 인도주의적 협력 등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모아내야 한다. 이미 일부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는 희망이 들여온다. 이렇게 할 때만이 정부도 우리 국민의 의지를 바탕으로 미국에 대해, 국제사회에 대해 당당하게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역사에서 그 어떤 외부적 어려움이 닥쳐와도 정부와 시민사회가 연대했을 때, 그 힘은 불패의 위력을 발휘했었다. 지금의 남북관계가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힘을 모아내고 발휘하는 것이다. 단,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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